건강보험 재정파탄은 의료계의 파업투쟁을 무마한다고 진료수가를 올려줄 때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의약분업 시행 이전부터 수년간 누적 적자가 발생했고 보험통합의 진통이 병행된 상태에서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지도 못하고 '의사들 달래기'에 급급했던 진료수가 인상이 첫째 원인 임은 이미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의 보험청구가 늘어나 약국 수입이 증가했다고 덤터기를 씌우는 일부 언론 보도와 정치권 일각의 그릇된 시각에 우리는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이 그렇다면 절반을 넘는 1만 약국이 심각하게 폐업을 고려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약국의 조제수가는 의사들이 받아가는 진료비의 10%에 불과할 뿐이며 다수의 약국이 오히려 의약분업의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의약분업의 세부 시행방안 논란시 전문약 분류를 넓히고 낱알판매를 금지하며 대체조제를 제한하라는 의료계의 주장이 모두 보험재정 부담만 가져 올 것임을 절실하게 경고하고 반대해 왔으나 정부와 국회는 이를 무시해왔다. 그 결과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의권(醫權)'을 위한 의약분업이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문제는 왜곡된 의약분업에서 비롯된 것이며, 의약분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고통의 분담에 동참할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면밀한 분석 평가도 없이 약국 수익 증가 운운하는 마녀사냥식 망발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아울러 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우리의 주장과 요구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의약품 분류에서 일반약 범위를 넓혀 경질환의 불필요한 보험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 2. 대체조제 범위를 넓혀 약효가 같은 값싼 약으로 투약되도록 하여 보험 약제비를 절약해야 한다. 3. 일방적인 고가약의 상품명 처방을 제한하고 성분명 처방을 제도화하여야 한다. 4. 주사제를 분업제도에 포함하여 심사체계를 강화하고 외래환자에 대한 주사제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해야 한다. 5. 낱알판매를 금지한 약사법을 개정하여 소비자의 약값 부담을 낮춰야 한다. 2001. 3. 23 대 한 약 사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