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 사태에 대한 대한약사회 입장

(2004. 8. 9)

  감기약으로 통칭되는 PPA(페닐프로판올아민) 사태에 대하여 대한약사회는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감사가 진행되어 그 동안 자중하면서 결과를 지켜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의약품의 안전관리에 대한 본질에서 벗어나 의혹 부풀리기로 확대되면서 국민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우리 사회가 냉철하게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제도개선에 현실인식과 균형감각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1. 약물평가기구 가동을 통한 의약품안전관리 강화 다짐

  약사들은 의약품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성실하게 소임을 다하지 않았나 돌이켜보면서 자성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의 부작용 모니터링에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를 적극 강화하겠다는 다짐을 국민 앞에 밝힙니다.

  아울러 의약품 안전관리에 5만 약사가 주인의식을 투철히 하고, 약사회에 약물의 사용평가기구를 가동하여 정부의 의약품 안전행정에 적극 협력할 것임을 밝힙니다. 이러한 다짐을 전제로 PPA 사태에 대한 대한약사회 의견을 밝힙니다.

2. 국민의 불안감해소에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

  지금은 PPA 등 의약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PPA에 부작용 보고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위험하다 하여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두 퇴출시킨다면 자동차도 없애야 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PPA는 갑작스레 부각된 문제도 아니고 비밀도 아니었으며 행정절차도 공개리에 진행되어 왔습니다. 다만 국민의 불안을 줄이고 정확한 문제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의를 요하는 문제를 공포심과 심각한 불신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일을 재발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안전관리와 민․관 협력시스템 강화 필요

  우리나라 약무행정은 외국 의존도가 높습니다. 신약개발서부터 안전성 확인까지 외국의 정보를 토대로 행정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 의약품 안전관리 행정을 선진화시키려면 외국의 다양한 정보를 우리 것으로 재확인하는 전문지식과 시스템이 필요하며, 일선의 약사와 의사들이 서로 협력하여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감을 공유할 때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과정에서는 무관심하다가 결과론만으로 책임전가에 급급한 것은 전문직들의 태도가 아닙니다.

  지금은 전문가들의 참여도와 지식교류를 강화하여 안전성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PPA의 교훈을 계기로 정부조직에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민․관협력체제를 보완해야 합니다.

4. 사태의 본질 흐리는 매도행위는 없어야

  PPA사태를 두고 식약청과 중앙약심에 약사가 많다는 문제를 대두시킨 일부의 편견과 억지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의약품 안전관리는 전문행정이고 필수적 학문의 토대가 약학입니다. PPA 사태와 약사의 숫자는 전혀 무관합니다. 책임소재는 가려지는 것이고 범법행위가 있다면 처벌하면 되는 것이지 어느 직종이 많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식약청은 약무직이 7%에 불과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 오히려 증원 필요성이 대두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미국 FDA에 의사가 훨씬 많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FDA의 경우 의사가 대부분 연구직이며 소득 높은 진료업무에만 매달리는 우리나라와는 근본이 다릅니다. 행정부에 의사가 취업하려는 것을 막는 곳은 전혀 없습니다. 식약청에 의사가 없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평소의 안전관리 협력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5. PPA 함유약이 매년 2600만건 처방된 결과의 의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2001년부터 금년 6월까지 PPA 함유 의약품 처방건수가 연간 2600만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의사협회가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으나 그렇다면 매년 2600만건을 처방한 의사들은 반성할 일이 없는지 답변해야 할 것입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의사협회는 전문약 재분류를 들고 나와 사태를 호도하고 있습니다. PPA 사태는 분류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직과 국민들 모두의 ‘안전불감증’을 경고하는 것입니다. 의사협회의 주장대로라면 2000년도부터 의사들은 PPA 함유약을 처방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6. 의약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PPA 사태는 “모든 약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상식을 잊고 지내온 습성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특히 전문직능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일으킨 것입니다. 책임도 규명해야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과장과 선동으로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약사들은 책임감을 잊지 않고 지속적인 약물평가 사업을 통해 국민에게 제공되는 처방․조제 의약품의 적정성 평가와 부작용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안전성 제고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거듭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