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료계를 보고있노라면 솔직히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2년전엔 대규모 의료대란을 불러와 국민들을 놀라게 하더니 요즘엔 의약분업을 하지않겠다고 연일 으름장이다. 올들어 열린 대규모 ‘의사대회’와 ‘분업철폐를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직접조제를 강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부와 약계 등 모든 비의료계를 투쟁대상으로 삼겠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영 개운치가 않다. 2년전의 악몽도 악몽이지만 의료계의 의도가 정말 국민건강을 염두에 두는 때문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당장의 분업철폐보다 수가조정 등을 통해 서민들의 호주머니 부담부터 덜어줘야 한다. 분업철폐가 모든 의료인들의 바람인지도 의문이다. 동네의원은 의약분업 이후 최근까지 무려 10.4%(2010곳)나 늘었다. 대형병원과 동네약국이 경영난으로 줄줄이 폐업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다. 수가인상 등이 원인이었지만 어쨌든 분업이 의료계 수익에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의협은 1년반이나 시행해온 의료분업의 철폐를 주장, 그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협은 지난해말 공개한 ‘선택분업 갤럽조사’결과를 통해 ‘국민들의 83.7%가 병·의원에서 약 조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원하니까 ‘선택분업’을 하자는 얘기다. 이는 환자가 원치않으면 주사제 처방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나 다를 바 없다. 의약분업은 잘못된 점이 많고 국민들 불편도 크다. 그러나 의협의 일방적 요구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미 주사제의 원내조제를 허용해 반쪽분업이란 지적을 받고있는 터다. 그런데 의협은 한술 더 떠 조제권까지 행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는 약사직능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다. 의협의 주장대로라면 약계가 처방권을 주장해도 할말이 없게 되는 셈이다. 이제 제발 자신의 몫보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자애의 마음이 필요하다. 지친 국민은 이제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다.국민들이 불쌍하지 않은가.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