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사제 오남용은 매우 심각하다. <한겨레>의 실태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부작용이 큰 주사제를 맞히는가 하면, 불필요한 항생제 주사를 먹는 약과 함께 처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오남용은 용하다는 평가도 받고, 수입도늘리고 싶어하는 의사들과, 주사를 맞아야 병이 빨리 낫는다고 생각하는환자들의 합작품이다. 너무나 고질적인 관행이어서 근본적인 방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당초 취지대로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의약분업에 주사제를 포함시키면 의사의 이윤동기가 없어지고 환자는 불편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주사제 처방이 줄어들게 된다. 처방전을 통해 과잉투약이 공개되는 효과도 있다. 의료보험 급여의 증가가 문제지만, 의사·약사쪽 모두 주사제 오남용 억제를 위해 처방료와 조제료를 안받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 불편의 문제는 당분간 감수하다가 오남용 억제가 정착되면 주사제를 분업에서 제외시키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 민주·자민 공동여당이 뒤늦게나마 주사제를 분업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을 국민여론으로 바로잡게 돼 의미가 크다. 다만 전체 주사제의 15%를 차지하는 일반주사제에 국한시키고 35%나 되는 차광주사제를 제외시킨 것은 아쉬운 일이다. 국민편의를 위한 것으로 이해되나, 차후 오남용이 감소하지 않을 경우 차광주사제도 분업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모든 주사제의 분업제외 방침을 철회하고 이번 회기 안에 약사법 개정안을 여당과 합의처리하기 바란다. 약사법 개정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주사제 사용억제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의료계가 진료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그것은 여야는 물론 범국민적 합의에 반하는 일이다. 의료계는 국민건강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집착하는 자세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