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지부

[퍼온글] 다음 카페 약준모의 꿈꾸는 나무님의 글입니다.

작성자인천지부(나지희)... 작성일2011.02.09 조회수1 추천수0

1) 설문조사의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은 약국외의 장소에서도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면, 자신들의 선택권이 늘어나 "얻는게" 있다고 생각하고 78%가 찬성을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잃는 것은 없고, 얻는 것만 있다고 생각될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찬성을 하겠지요.

일반약을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일견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처럼 보이나 오히려 이제까지 알게모르게 받던 관리와 보호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잃는 것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약국에서 "xx 주세요" 라고 지명구매하시는 분들 중, 잘못 알고 지명을 하시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콘택을 기침약인 줄 알고 달라던지, 비점막궤사를 일으킬 수 있는 오트리빈을 장기간 사용하신다던지, 2세 이하 어린이에게 종합감기약 시럽을 달라기도 하고, 기침이 오래 되셨는데도 쌍화탕만 계속 드신다던지, 판피린을 집에 쌓아놓고 드시는 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는 이런 분들에게, "자기가 편하게 아무데서나 사게하고 그 책임도 모두 자기가 알아서 지게 하자"라는 것입니다.

약국에 오셔서 구매하실 경우, 이런 분들이 일단 걸러질 수가 있습니다.

약국외판매로 커다란 편리함만 있고, 국민이 처하게 될 위험성이나 부정적인 측면, 잃는 것은 별로 없는 것처럼 홍보한다면, 설문조사 결과도 약국외판매에 대해 찬성이 대세인 것처럼 나타나겠지요.

그 결과를 인용하면서 찬성여론이 많다고 언급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 약국외판매를 주장하는 25개 시민단체에 대해서

이들 중 주도적인 단체인

건강복지 공동회의

의료와 사회 포럼

건강복지사회를 여는 모임

건강복지정책 연구원

메디칼와이즈멘즈 포럼

바른사회 시민연대

등은 의료산업화를 주장해온 단체입니다.

약국 밖으로 약을 빼내 광고해가면서 유통시켜야 일반약 시장의 규모도 커지겠죠. 이게 기재부 등의 현재 인식인데, 이들 단체들도 이런 시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뉴라이트 성향을 기반으로 하는 단체들로, 민영의료보험 도입과 영리병원 확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피부과 개원의가 대표를 맡고 있고, 정책결정에도 다른 의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당시 정부와 약사들이 한 축, 의사들이 다른 한 축이 되어 많은 갈등이 있었는데, 이때 경실련이 중재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의사들이 많이 들어가있고, 그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고 있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합니다.

국민건강시민연대는 전의총이라는 의사내 강경그룹이 후원하여 만든 단체입니다. 역시 간부자리에 의사들이 참여하고 있구요.

그 외에 여러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만, 의사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고, 의료산업화 주장과도 연관이 있음은 이들 단체의 면면을 조금만 검색해보아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약국외판매로 자신들이 원하는 바에 한발 더 다가갈 사람들이 있죠. 의사들과, 의료 및 제약시장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약국외판매가 이루어진다면 의사들은 곧바로 임의분업(조제를 병의원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거죠)을 주장하게 될 겁니다. 슈퍼에서도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데, 왜 병원에서는 판매하면 안되는가? 또는 병원에서는 조제해서는 안되는가? 라는 주장을 좀더 쉽게 펼칠 수 있게 됩니다. 현재도 의협은 의약분업을 재평가하자며 임의분업을 주장하고 대국민 홍보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10년간 여러 어려움에도 정착단계에 들어온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것입니다.

제약회사들은 전문약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라는 미끼를 제공해 판매를 촉진합니다. 일반약 판매는... 약국 외의 곳으로 유통채널을 다변화해 광고로 판촉하려합니다. 약국에서는 남용하지 말라고 잔소리 듣던 해열진통제도 마음대로 사먹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겁니다. 이렇게 해서 의약품 판매를 촉진하면, 약물을 남용하는 성향을 지닌 사람은 그야말로 거리낌없이 약을 사먹게 되겠죠. 그 댓가로 제약회사는 매출을 신장시킬 수 있고, 광고회사는 광고 더 수주해서 돈벌고, 방송사는 광고가 늘어서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득을 보는 사람들의 반대편에는, 좀더 위험에 노출되게 된 사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지금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좀더 국민들이 위험을 감수하게 해서라도 우리는 돈을 벌어야겠다... 는 사람들이, 국민편의를 내세워 여론을 몰이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특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의사들이, 자신들과 직접적 관계도 없고 오히려 국민의 안전에 배치되는 일반약 약국외판매에 목청을 높이고 있는것는,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닌지 충분히 의심받을 일입니다.

3) 합의를 거쳐 약국외판매가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이런 문제점들을 알기에, 보건복지부도 아직까지는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국민들의 편의성을 내세운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여러 당사자들의 노림수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의약계의 현재 구도를 뒤흔들 수 있고 훗날 또다른 문제들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설 연휴 첫날인 오늘도 저희 약국에 여러 분이 다녀가셨습니다.

임신 20주인데 현재 드시고 계신 철분제의 용량이 안전한지 물어보신 분, 어제 조제받으신 감기약의 부작용에 대해 문의하신 분, 사랑니가 아픈데 인사돌 먹으면 낫느냐고 전화하신 분...

국민들이 약사와 한마디라도 더 대화를 나누고, 궁금한 점을 확인하면서 약을 드시는 것이, 좀더 국민들이 약의 효용을 제대로 누리고, 위험성은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약사를 배제하고, 약사가 없는 곳에서 약을 구매할 기회가 많아질 수록, 제대로 조언을 받을 기회는 줄어들겠지요.

"간단한 약" 또는 "상비약"은 약사가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에 "간단한 약"이란 것이 존재할까요?

"타이레놀은 임부가 먹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해열진통제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환자분들은 타이레놀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해열진통제인줄 아십니다. 하지만 많은 음주 후 타이레놀을 먹고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하지요(실제로 이런 분을 접했습니다). 임부에게는 "가장 안전한 약"이, 음주자에게는 "가장 독성이 강한 약"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아주 약간의 수고를 들여서, 약국에 방문해서 간단하게 자신의 상황을 언급하고 안전하게 약을 드시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겠지요. 본디 안전함은 약간의 불편함을 수반하는 것이라는게 상식 아니던가요? 안전벨트가 나를 지켜주지만 조금은 불편한 것처럼...

우리나라처럼 방방곡곡에 약국이 있는데도, 편리함을 약간 더 증진시키겠다고 국민들을 미처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자기들 나름의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으면서 겉으로만 국민의 편의성을 내세우는 단체들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면 더더욱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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