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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외교 행보는 신중하게

작성자김사연 작성일2016.10.03 조회수7 추천수0

국회의원의 외교 행보는 신중하게

김사연 수필가/전 인천시약사회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6년 10월 03일 월요일 제11면

▲ 김사연 수필가

광복절인 지난 15일,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10명의 여야 의원들은 독도를 방문해 독도 경비대원들을 격려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주일 한국대사관 이희섭 정무공사를 외무성으로 부르고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에게 전화를 거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이 공사와 정 국장은 대한민국 영토를 방문한 것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2011년 5월,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 특별위원회 소속 3명의 민주당 의원은 22일부터 3일간 쿠릴열도를 다녀왔다.

강창일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의 항일독립운동 근거지 시찰, 일제에 의해 사할린에 끌려왔다가 패전국 일본이 버려두고 떠난 사할린 동포의 현황 파악, 러시아가 일본과의 영토분쟁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 독도 분쟁 해결에 참고하기 위해서였다고 방문 목적을 밝혔다.

이때도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강한 반발을 했다.

한국 국회의원이 러·일 외교 분쟁 중인 쿠릴열도를 방문한 것은 외교적으로 러시아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방문을 까다로운 조건 없이 허가했고 이 섬이 자국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기록 축적용으로 이용했을 뿐 외부로 홍보하지 않는 현명함을 발휘했다.

　야당 의원들의 쿠릴열도 방문 하루 뒤, 이번에는 한나라당 의원 7명이 중국 지린(吉林)성의 중·북 접경 지역을 방문했다.

전직 국방장관을 포함한 이들은 보좌진 등과 함께 백두산 인근의 한 호텔에서 ‘백두산 화산 활동과 우리의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회의원들이 세미나를 마칠 즈음 중국 정부의 ‘당국자’가 나타나 현장에서 찍은 사진의 검열이 필요하다며 메모리 카드 2장을 압수했다.

다음 날 메모리 카드를 돌려줬지만 관련 사진은 모두 삭제됐고 일부 개인 사진도 지워진 상태였다.

중국 정부가 백두산과 동북 3성에 관련된 한국인의 활동에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외교적인 결례를 범한 것이다.

　지난 8월 8일, 소병훈 국회의원을 비롯해 10명의 초선 더민주 의원들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부와 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박 3일간 중국을 방문했다. 방중(訪中) 일정에는 중국 내 거주하는 교민, 기업 관계자 및 중국 특파원과의 간담회와 북경대 교수와의 좌담회가 포함돼 있다.

의원들은 좌담회를 통해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한 중국 현지의 분위기를 직접 확인해 교민사회와 국내 여론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에 대해 한국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측에 전달해 우리 국민의 피해를 막는 것이 방중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한마디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행보였음을 강조했지만 인천공항에 입국할 때는 신변 위협을 피하기 위해 다른 통로를 이용해야 했다.

특히 그들 중 한 명이 인천지역 의원이라는 사실에 지역 유권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역구와 국가 이익을 위해 일하는 선량이 되라고 뽑아줬더니 사드 외교에 주제 넘게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때문에 사드가 필요하고 북한은 미국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데 10명의 초선 야당의원 입김으로 미국과 냉전 중인 중국의 북한 제재를 기대했다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중국엔 경제제재가 겁이 난다고 읍소하고 국민들에겐 중국의 보복을 경고하는 사대주의 외교는 결코 사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게다가 방중 의원 중 한 명은 성주에 내려가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망발을 했다니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인지 북한과 중국의 대변인인지 종잡을 수 없다.

예측한 대로 중국 정부와 언론은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 사실을 외교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더민주 의원들의 소통을 위한 중국 방문이 한국의 집권당과 언론으로부터 ‘매국행위, 한국정치의 치욕’이라는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기사를 썼다.

방중 의원 중엔 사드 배치는 타당하지 않고 중국의 반대 이유를 확인해 국내에 전달하겠다는 충성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외교는 상대국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정치 9단의 게임이기에 국회의원의 해외 행보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